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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야기

[스크랩] 넘겨짚다 팔 부러지다.

by 운경소원 2011. 5. 24.

콩트

 

넘겨짚다 팔 부러지다.

 

김여화

 

속담에 넘겨짚다 팔 부러진다고 했다. 낮에 사무실에서 설탕을 열푸대나 샀다. 그것도 값이 작년에 비해 많이 올랐다. 세상에 2만원이 넘는단다. 모든 물가가 올랐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지만 설탕 값이 작년요맘때 백초효소를 만든다면서 열푸대를 샀을 적에는 십육만원이었던것이 이십만 원이라는 말이다. 그것도 다른 슈퍼에서는 이만 사천 원을 받을 거라고 한다.

“뭐라고요? 그럼 이십사만 원?”

 

어쨌거나 오늘 거한 돈을 들여서 설탕 열푸대를 작은 차에 낭창하게 실었다. 자동차가 사람을 실었을 때는 아무리 4명을 나까지 합하면 다섯 명에 거의 거의 300키로 넘는 무게다. 그런데 이렇게 설탕이나 물건을 실을 때와 사람이 탈 때는 무게가 달리 느껴지게 마련이다. 아무튼 임실까지 가서 항아리 한 개를 얻어오면서 조수석에는 항아리를 앉히고 안전벨트를 매어놓고 자동차 뒷좌석에는 설탕을 열푸대를 실었다.

 

집에 도착해서 밥을 한 숟갈 뜰까 하다가 내다보니 남편의 트럭이 마당으로 들어오는 소리다. 나가서 같이 산에나 가자며 우리부부는 챙기고 나섰다. 자루도 두개 챙기고 우리는 참외를 한 개씩 깎아들고 밥 대신 참으로 먹으며 가까운 가족묘지단지로 갔다. 우리가 산으로 가는 까닭은 산소아래 마당만큼의 고사리 밭이 있어서 하루건너 한 번씩 가면 딱 두주먹내기나 고사리를 끊게 되는데 우린 이걸 삶아서 말려 일 년내 먹을 고사리를 장만을 한다. 해마다 그래왔으니까 그런데 오늘 설탕을 열푸대나 사온 까닭은 백초효소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려는 것이다.

 

남편은 백초효소를 또 만들려고 하느냐고 했지만 그 백초효소를 만들어놓고 보니 또 꼭 필요한 사람이 생긴다는 말이다. 친구가 어젯밤에 전화가 오기를 손녀가 아토피로 고생을 하는데 주변에서 백초효소를 구해서 먹이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늦은 밤에 내가 백초효소 만든다는 말을 지난해 들었기 때문에 전화를 한 것이다.

 

물론 나누어 주어야지. 친구는 팔라고 했지만 어떻게 판다고 하겠는가? 그냥 나누어 주어야지. 걱정마라 출근하면서 가져다주마. 하고 가져다 주었고 다시 올해도 백초효소를 만들어봐? 작년에 만들어본 경험이 발동해서 설탕을 열푸대나 사서 실고 온 것이다. 사실 백초효소를 시음해본 사람들이 너무 달지 않고 아주 좋다는 말에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다.

 

해서 퇴근 후 어두워질 때까지 산야초를 뜯기 위해 산으로 간 것이다. 남편은 우리 산소아래에 올라간다고 하더니 다시 내려오면서 저 건너 남의 할아버지 산소로 고사리를 끈으로 가겠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거긴 어제 누가 끊었다더라. 그러니 헛걸음 하지 말고 우리산소까지만 올라가라고 했다. 남편은 그냥 한번 가보겠다며 올라갔고 나는 우리산소 올라가는 주변에서 산야초를 뜯는다.

산야초는 소루쟁이에서부터, 가세뽕나무, 머위, 칡, 으름덩굴, 왕고들빼기 두릅순, 오가피순, 달개비, 고수, 쑥, 엉겅퀴, 익모초, 지충개, 작약, 질경이, 달맞이꽃 담쟁이, 화살나무, 생강나무, 산초나무, 산딸기, 쥐똥나무, 송순, 제비꽃, 꼭두각시, 한삼덩굴, 배나무, 고로쇠잎, 쇠뜨기, 찔레순등을 두 자루에 뜯어 담고 있었다.

 

남편이 넘으네 산소로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남편이 올라간 쪽으로 갤로퍼 자동차가 쏜살같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차는 한쪽으로 처박혔는지 제자리에서 바퀴 돌아가는 소리가 어둠내리는 골짜기를 뒤흔들고 있다. 속으로 나는

“다저녁에 멀라 저렇게 차를 몰고 산으로 가나 싶었고 차를 저렇고 몰고 가니 만날 처박혀서 애먹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한포기라도 더 산야초를 뜯으려는 욕심으로 손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남편은 넘으네 산소아래서는 고사리를 겨우 한주먹도 못되게 끊고 우리 산으로 올라가 기위해 내려오고 있는 중에 두 사람이 마주쳤단다. 갤로퍼 빠진 지점에서 이제는 남편과 자동차 주인이 처박힌 차를 빼내기 위해 애를 썼지만 이쪽 양지쪽에서 바라보는 내 눈에는 쉽게 차를 뺄 그런 처지가 아니었다.

 

아니 이 저녁에 머라고 가서 저렇게 차를 처박고 있나 싶고 우리산소아래도 고사리를 끊으러 올라가야 하는데 시간만 버리고 내려오지 않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했다. 할 수 없이 산야초 뜯는 일은 오늘은 그만 해야 할 거 같아서 뜯은 자루를 한 개는 이고 한 개는 팔로 껴안고 내려오는 중인데 저만치서 남편이 거기 내려놓고 가라고 소리를 지른다. 얼마나 부아가 나던지 별수 없이 이고 있던 자루를 땅에 내 팽개치고 주저앉아버렸다.

 

자동차 임자는 차를 그냥 둔 채로 남편과 함께 털신털신 내려오고 있다. 나는 자루를 남편에게 맡기고는 다시 생강나무위에 올라간 으름덩굴을 걷고 생강나무 잎을 흝으고 있는데 자동차 임자는 저만치 먼저 내려가고 남편은 으름덩굴을 낫으로 걷어주고 있다가 피식피식 웃는다.

“왜? 차를 못 빼고 어쩌려고?”

자동차 임자가 저만치 내려가자 남편이 가만 가만 하는 말,

“내참 하마터면 도둑으로 몰릴 뻔 했네그랴.”

“뭐라고?”

“아니 생각해봐 당신하고 내가 자루를 들고 북재샛길로 서둘러 올라옹게 송가가 차를 가지고 정신없이 올라오잖아? 왜 올라왔겟어? 다저녁에. 행여나 우리가 즈그 산에 고사리 끊으러 간줄 알고 정신없이 올라가는 중이었겠지? 얼굴도 불콰 하드만”

“아니 우리가 즈그 고사리 밭에 가는줄알고? 쫓아온 거라고”

“글잖여. 그 시간에 저 건너 동진네 밭에 비닐을 다 씌우고 내려간 사람이 멀라고 차를 가지고 왔겠어. 우리가 고사리 끊으러 간줄 알고 우리 집으로 온 거지. 당신이 산야초 뜯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나 혼자 왔더라면 영락없이 도둑 될 뻔했고 만.”

 

생각해보니 과연 그렇다. 그 시간은 6시 반이 넘어서이다. 다른사람네 고구마 심을 밭에 비닐을 함께 씌웠던 사람이 부랴부랴 고사리 밭쪽으로 험한 산길을 올라간 것도 그렇고 누가 봐도 우리부부는 자루를 옆구리에 끼고 있었으니 아마도 비닐을 씌운 사람들이 저 집 부부가 고사리 끊으러 가는갑다 해서 얼른 따라가 보라고 했던 모양이다. 속도 모르고 남편은 자동차가 빠져서 씩씩대는 사람한테 놉이 안 내려와서 태우러 가다가 빠진 거냐? 그럼 그냥 고함질러서 그냥 내려오라고 해라.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자동차 임자의 말이 지난번에 비오는 날도 잘 올라갔는데 오늘은 땅이 말라서 빠질 데도 아닌데 바퀴가 빠졌다는 말이다.

 

그제야 우리부부는 파안대소 했다. 가져온 자루에서 산야초를 꺼내면서도 생각해 보니 어찌나 우습고 고소한지 우리부부가 무슨 초친맛으로 남이 가꾸어놓은 고사리 밭을 들어갔겠는가?

“미쳤지 미쳤어 아니 우리가 겨우 그렇게 고사리 도둑으로 보였단 말이여?”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잖아 게네들이 왜 올라왔겠어, 우리가 자루를 들고 즈그산쪽으로 가니까 쫓아왔다고 생각할 수밖에”

“아이고 미친넘들 그깟 고사리좀 먹는다고 넘의밭에 들어갈 우리냐고?”

 

남편은 곰곰 생각하니 나 혼자 갔더라면 도둑으로 큰일 날 뻔 했다며 어이없어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어이없다. 우리산소야 매일같이 퇴근하면 산소에서 쑥도 뽑고 잡초를 뽑는다고 올라가는데 여태 우리가 고사리를 끊어가는 도둑으로 알고 쫓아왔다고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고 자동차가 빠져서 애먹는 꼴이 얼마나 고소한지 나는 전화를 꾹꾹 눌렀다. 친구에게

“야, 우리 퇴근해서 산에서 무지 재미난 일이 있었다?”

“무슨 일”

“글쎄, 내가 백초효소 만든다고 산에 가서 풀 뜯는데 즈그 고사리 밭에 간줄 알고 정신없이 올라가다가 자동차를 처박아서 지금도 못 빼고 내려왔다. 시동을 걸어둔채로 내려왔어. 얼마나 고소하냐?”

“아니 아무리 고사리가 좋기로서니 남이 밭에 가꾸는 줄 아는데 즈그밭에 갔을까봐 쫓아가? 세상에 그렇게 철없는 사람이 어디있디야?”

“그러게 말이야 내가 겨우 즈그 고사리 밭이나 욕심낼 위인이냐고”

“그럼 자동차는 어떻게 해”

“어떻게 하긴 기름이 떨어질 때 까지 아님 레커차가 와서 끌어낼 때 까지 처박혀 있겠지”

 

자동차를 가진 사람은 최근 도시서 살다가 다시 고향집을 찾아 들어온 사람이다. 산등성이 고사리 밭을 가꾸어 고사리를 끊으면서 말려서 팔고, 동네앞 밭뙈기 하나 농사를 짓는 노총각이다. 벌써 여러 차례 술 마시고 운전하다가 차를 처박기를 여러 번 자동차를 폐차시키기도 했고 운전이 서툴러서 자기 집 앞 좁은 골목에서도 다른 차와 부딪쳐 망가기지도 했다. 잠시라도 우린 도둑 취급되어다는 생각에 어이없어 우리부부는 웃었다.

“나쁜 놈들이 우리가 자루가지고 건너가니까 얼른 가보라고 헌것 같어” 남편은 그가 자동차를 가지고 쫒아왔다는 것이 몹시 불쾌한모양이다.

“내버려둬 고소하구만”

“넘겨짚다가 팔 부러지지 암 팔 부러져 나는 속도 모르고 놉이 안 내려와서 델로 가는 거면 그냥 고함질러서 내려오라고 자꾸만 했더니 내참 그놈 속내는 그게아닌디. 얼마나 말도 못하고 열불났것어?”

“으이, 쌤통이다. 쌤통이야.”

출처 : 임실문인협회
글쓴이 : 소원/김여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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