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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야기

[스크랩] 금자리 귀영탱이

by 운경소원 2010. 10. 28.

금자리 귀영탱이

김여화

어른들이 말하는 금자리란 무엇인가? 좋은 자리라는 뜻이다. 좋은 자리가 무언가, 말 그대로 이득이 있고 목 좋은 곳을 말할 것인데 누가 만든 금 자린가, 관촌장은 장마다 주인인 농민들은 서럽단다.

어느 때인가. 관촌 장날, 새벽 3시에 장에 나와 봤다는 아저씨. 꼭두새벽부터 금자리는 누군가가 차지하고 벌써 고추를 쌓아놓고 동트길 기다리더란다. 관촌 장에는 고추거래는 6시 이후에 한다고 되어 있고 플래카드가 나풀거리는데 6시 되기 전에 차를 세우고 고추를 내려놓으려고 하니 시간이 안 되었다며 놓지 못하게 하더란다. 이미 금자리는 외지의 장사꾼들이 다 차지 해버리고 자리다툼에 지고 물러나다 보니 귀영탱이 까지 갔다는 것이다. 지역농민들을 위해 억대를 들여 장옥을 짓고 최신식 건물을 지으면 뭘 하냐고 볼멘소리다.

왜 금자리는 다 타관사람들한테 내어주고 정작 주인인 우리 관촌 농민들이 서러움을 받아야 하는가? 분통터진다고 했다. 아저씨는 그 대안까지 제시한다. 타관사람들은 금을 긋던지 줄을 치던지 나누어 놓고 우리농민들한테도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말이다. 왜 우리가 농사짓는 지역에서 홀대를 받아야 하는지 너무나 약 오른다는 말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게 생겼다는 말이다. 결국 금자리와 귀영탱이는 관촌고추 자체를 뒤섞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충보아도 누가 어느 마을에 사는지는 다 아는 처지인데 금자리에 수북이 세워둔 고추자루는 귀영탱이에서 나오는 진짜로 관촌고추와 섞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관촌 발전협의회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지킨다고는 하지만 이미 금자리를 차지한 장사꾼들의 농간에 귀영탱이서 고추를 파는 농민들은 밀려나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타관에서 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거기 금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관촌 사람인지 외지 장사꾼인지 모른다는 말이다. 왜 좋은 건물을 지어서 금자리는 내어주고 관촌에서 직접 농사짓는 농민들을 귀영탱이로 몰아넣고 관촌 고추를 어떻게 지킨다는 말이냐고 하소연 한다. 과연 해법은 없는 것인가? 몇 해 전 내 눈에도 관촌 사람은 알만한데, 모르는 사람들이 어느 마을을 가리키며 거기 산다고 하는 장사꾼을 보았다. 옆에 있던 내가 그 마을을 가리키며 거기 안 살잖아요. 했다가 하마터면 맞아 죽을 뻔했다. 그 사람이 여자이었기에 얼른 피해버렸기에 망정이지 심술사난 남자였다면 그날 나는 봉변을 당했을 것이다. 농사지어 파는 장터에서조차 이렇게 푸대접을 받다니 농사꾼은 약 오르다 는 말이다.

난 아저씨 처음 금자리라고 말할 때 속으로 웃었다. 맞는다는 생각에서다. 어른들은 좋은 자리를 금자리라고 했고 목 좋은 곳이라고 한다. 장터에서 목 좋은 곳이라면 장터 입구야 한다. 그건 장터로 들어오는 손님을 제일먼저 맞이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눈으로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올해 최신식 장옥을 짓고 상인들은 심지를 뽑아서 가게를 맡았다. 저렴한 가게 세는 영세상인 들을 위해서는 참으로 잘한 일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장옥이 최신식이라고 해도 역시 금자리가 있게 마련이고 귀영탱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귀영탱이가 무언가 우리지역에서 쓰는 구석을 말함이다. 야채나 생선가게는 안쪽에 있다고 해도 필요한 손님들은 들어가게 마련이지만 잡다한 플라스틱용품이나 자동차에 펼쳐놓고 만들어 파는 도너츠를 파는 노점은 입구 쪽에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여간 관촌 장은 시장을 준공하고부터는 노점상들을 모두 장터 안으로 들어가라고 내몰았지만 도망 다니다가 귀영탱이로 밀려다니다가 더러 장사꾼들이 손님 없다고 포기하고 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길가에서 팔아야 지나가다가 산다는 것이고 손님들은 길가에 장사가 없으니 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국 몇 장을 그렇게 손님들은 손님들대로 장사꾼들은 장사꾼대로 금자리와 귀역탱이를 두고 밀고 밀리더니 최근에는 도로가에 장사꾼들이 다시 노점을 펼쳐놓았다, 농협 앞에도 옷장사가 다시 왔고 도넛 장사도 땅콩 파는 아주머니도 터미널이 가까운 금자리로 내려 온 것이다

마을에서 나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도로가에 장사꾼이 노점을 펼치자 오가는 발길이 분주하다. 신식장터에서는 할머니들이 없어서 장사가 안 된다고 푸념을 했고 다리아파 절룩거리며 가는 할머니들은 너무 멀어 갈수가 없다며 주저앉았다. 물론 세월이 가고 수많은 닷새장이 지나가면 어느 정도 자리야 잡겠지만 금자리 귀영탱이의 인식은 아저씨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고추야 한때이지만 계속해서 농촌에서 나오는 콩이나 팥 들깨 등을 가지고 나오는 농부입장에서는 이 금자리가 중요한건 틀림없다. 아마도 두태를(콩, 팥을 말함) 낼 때도 금자리가 필요할거고 그때도 귀영탱이로 내몰릴 것이 뻔하다 소외되고 자리를 뺏겨버린 농민들의 원성은 오래갈 것이다.

멋있는 최신식장옥으로 개장한 관촌장이 언제까지 금자리를 차지하기위해 저렇게 농가들이 울분을 터뜨려야 할지 걱정이다.

*귀영탱이- 구석진 곳

출처 : 임실문인협회
글쓴이 : 소원/김여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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