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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야기

[스크랩] 죽순나물

by 운경소원 2009. 6. 7.

죽순나물


김여화


   “우리 어머니 날 갖으실 적에 죽순나물 잡수셨나 마디마디 설움만 더 허는구나.” 이귀 절은 청춘타령의 끝부분이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부르는데 어찌나 애잔하게 들리던지. 문득 생각난 이 노래는 수년전 자신이 지은 거라며 노래로 들려주시던 김묘례 할머니의 자작 노래다. 나는 이 노래를 청춘타령이라고 이름 붙였다. 요즘 죽순이 한창 날 때이다. 죽순을 끊어 왔을 때마다 이 청춘타령이 생각나 죽순의 마디를 세어보며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담긴 “마디마디 설움뿐이”라던 할머니의 얼굴을 떠 올린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텅 빈 방에서 늘 이 노래를 부르시던 노인이다. 벌써 십 몇 년이 지났다.


  계절에 따라 그 이름이 달라지는 대나무의 어린 순인 죽순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약방의 감초처럼 요리에 빠지지 않는 재료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쓰임새가 날로 늘어나고 귀한 것으로 친다. 죽순은 영양성분도 많아서 탄수화물,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B₂, C가 비교적 많이 들어 있고 죽순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약 70%는 티로신 아스파라긴발린 글루타민산 등의 아미노산과 베타인 콜린 등이어서 독특한 맛이 나는 것으로 죽순 고유의 맛은 글루타민산 등이 어울려 생긴다고 하며 죽순의 아린 맛을 내는 성분은 아미노산인 티로신이 산화한 호모겐치딘산과 옥살산으로 섬유질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방에서 죽순의 효능은 채취되는 계절에 따라 붙여지는 이름도 틀리고 중국에서는 겨울철 땅속 죽순을 동순(冬筍) 이라고 부르며 몸이 크고 맛이 있어서 고급 식품으로 꼽으며 봄에 싹이 돋은 죽순은 춘순(春筍) 여름에 채취하는 것은 하순(夏筍)이라고 부른단다. 하순은 섬유가 성장하여 단단하기 때문에 편순(鞭筍)이라고 불리는데 아무튼 예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이용하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한방에서는 죽순의 성질은 평하며 맛이 달고 독이 없다고 한다.


『본초 강목』에서 어린 죽순은 불면증을 고치고 제번(除煩)과 눈을 밝게 하는 작용을 한다. 라고 전하며『강목습유』에서는 죽순은 가래와 담을 삭이고, 장의 활동을 촉진시키며 독을 발산시킨다.' 고 되어있다한다.


  이러한 죽순나물을 올해는 여러 차례 맛보았다. 죽순은 약간 아린 맛이 있어 쌀뜨물로 씻는데 쌀뜨물에 우려내면 아린 맛 이 없어지고 죽순이 부드러워지며 쌀뜨물에 담가 놓으면 죽순의 좋지 않은 성분인 수산 성분이 빠져 나오게 되며 이러한 죽순은 여러 가지 요리는 물론 최근에는 장아찌를 담아서 먹기도 한다고 한다.   저지난주 화개장터에서 죽순을 팔길래. 값을 물어보니 꽤 비싼 편이었다. 사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근처에 대나무 있는 집에서 얻어먹지 싶어 그냥 왔었는데 요즘 이 죽순을 수시로 얻어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죽순밭 옆에 가지도 못하게 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사실 지금처럼 비닐하우스에 철재를 이용하기 전에는 대나무를 사다가 쪼개서 비닐을 덮기도 했었다. 봄에 못자리를 하려면 통대나무를 사다가 집에서 쪼개서 사용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모자리용으로 농협에서 판매하기도 하고 벼농사를 짓는 농가에 공급하기도 했었다.


  우리 집을 지을 적에는 삼계에서 대나무를 트럭으로 베어다가 외때기를 엮을 만치 요긴하게 이용하였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대나무를 엮어 관 대신 썼으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계에서 죽순을 얻어오기도 했고 겨울 동치미 항아리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댓잎이었다.


  죽순에는 섬유질이 풍부하여 변비 예방에 좋고 칼륨 성분은 체내의 염분량을 조절하고 혈중 콜레스트롤을 저하시켜 고혈압 예방 및 동맥 경화 예방에 좋고 또 피를 맑게 해주는 작용과 함께 정신을 맑게 해주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는데 이뇨 작용을 도와 몸의 붓기를 빼주기도 한다고 되어있다.


  옛 선비들의 서화에서도 대나무는 단연 으뜸이었고 근년에는 죽염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죽염을 이용한 여러 가지 제품이 시중에 넘쳐나는 형편이다. 술도 댓잎술이 나오고 그만큼 대나무는 우리나라에 널리 가는 곳마다 넓은 면적에 대나무가 재배되어 왔다. 이 대나무는 부잣동네의 상징이었고 대나무가 겨울에 얼어 죽으면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할 정도로 민간 신앙에도 뿌리내려있다.


  대표적인 대나무의 종류로는 왕대, 솜대, 맹종죽이라는데 대나무 같기는 하나 키가 작은 조릿대(산죽)가 산자락에 깔려있는 경우도 많다. 조계산도 그렇고 동악산에도 지리산 계곡에도 우리 동네 절 뒤의 산에도 이 조릿대 밭이 있을 정도이다.


  앞으로는 비만을 포함한 각종 퇴행성 질환의 급격한 증가로 이들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식이섬유의 탁월한 효과가 입증되어 미래 식생활에 적합한 식품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특히 죽순의 성장 호르몬은 피부탄력을 높혀준다해서 화장품원료로 사용하기도 한단다.


 죽순을 밥에 넣으면 죽순밥이 되고 국에 넣으면 죽순 국, 죽순을 끓여 차를 마시기도 하는데 죽순 회를 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죽순을 넣은 닭고기 수프도 있다는데 죽순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제품은 점점 다양해진다고 한다.


 죽순을 삶으면서 오래전에 가신 할머니의 노래 청춘타령이 생각나고 날 갖을적에 죽순나물 잡수셨나 마디마디 설움뿐이라던 노인이 생각난다. 당신의 노래를 라디오에 구전민요로 소개해드리고 다시 라디오로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즐거워하셨던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청춘타령을 읊어본다.


“이십대 내 청춘이 덧없이도 흘러가버리고 송죽같이 곧던 허리 활대같이 굽어지고 공단같이 검던 머리 백발이 되었네. 새별같이 밝던 눈이 어두워지고, 연초롱같이 밝은 귀는 적막강산 되었구나. 서른두 짝 요 내 이빨 다 빠져 합죽되고, 백옥같이 희던 살이 검버섯만 피어나네. 아들딸 마른자리 진자리 가려감서 금지옥엽 키운 자식 아들사랑은 며느리주고, 딸 사랑은 사우주고 백발된 이내몸은 텅텅 빈방에 홀로 앉아 생각하니 흐르는 것은 눈물뿐이고 우리 어머니 날 갖으실 적에 죽순나물 잡수셨나 마디마디 설움만 더 허는구나.”





출처 : 임실문인협회
글쓴이 : 소원/김여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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