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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야기

[스크랩] 우스꽝스런 사건 셋

by 운경소원 2008. 8. 20.
볼륨묻어버린 아픔(이민영)_혁수테마 - 남자의 향기(MBC수목드라마) - O.S.T.음악을 들으려면원본보기를 클릭해주세요.

(콩트)

우스꽝스런 사건 셋


김여화


<굴러다니는 물병>

   퇴근시간은 오후 4시 반이다. 여름날의 이 시간은 오후 한창 일을 해도 좋은 시간이고 17분 걸리는 집에 까지 도착해서도 밭에 나가면 8시 반까지 어두워 질 때 까지 적어도 몇 시간은 일을 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다.

  본시 농사를 짓지 않으니 작은 밭 한 뙈기는 수박, 참외, 산머루며, 주목을 키우고 철쭉이나 그 밖에도 사과나무, 배나무는 물론 매실나무를 비롯해서 단풍나무 수양 벚나무, 오가피나무 또는 멍청이감자라 부르는 돼지감자 등 다양한 수종이 심어져 있다.

   거기다 배나무는 심어놓고 한 번도 따먹지 못하고 남에게 맡겨졌던 탓에 그러던 것이 남에게 빌려주었던 밭을 팔아버리면서 그 배나무는 영영 우리 것이 아닌 것이 되었는데 새로 밭을 산 주인이 우리가 하도 나무를 아끼는 줄 아는지라 배나무를 캐 가도 좋다고 허락을 해서 지난해 가을 배나무를 이 한 뙈기밭으로 옮겼더니 새로 옮겼는데도 불구하고 배가 다닥다닥 달려 퇴근 후 의례 밭에 가서 한참 씩 들여다보고 바라보며 혼자서 흐뭇한 미소를 흘리는 것이 일과 중에 일과였다.

  해서 나는 퇴근 시간만 되면 총알같이 달려 집으로 들어오곤 했다. 그 날은 무슨 일이었던지 퇴근하기를 서둘지 않았다. 아직 여름 해는 넘어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 늦은 시간이었다. 다른 볼일을 보고 왔던가. 아무튼 밖이 어둑해져있을 무렵으로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조금 열어두었던 자동차의 창문을 더 내리고 달려오는 중이었다. 왠지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퍼 부을 것만 같은 느낌도 들고 운전을 하면서도 왠지 으스스 해진 것은 혼자서 운전하고 오는 차안에서 비닐봉지가 빠스락 뿌스럭 소리가 자꾸만 날카롭게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얇고 부드러우면서도 무언가 닿으면 비닐봉지에서 나는 빠스락 소리다. 뭘까? 이상한 생각이 든 것은 창문을 낮에 많이 내려놓았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혹시 고양이라도 들어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아니지 혹은 쥐가 들어오지 않았나 싶은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물론 처음에는 뭐 비닐봉지가 차가 커브를 돌면서 그러려니 했지만 분명한 것은 직진으로 반듯이 갈 때는 소리가 안 나는데 커브를 돌거나 운전대를 꺾으면 소리가 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귀신이 곡할 일이다. 조수석 바닥에서 나는 이 빠스락 뿌스럭 소리를 들으며 운전하는데 여간 신경이 곤두서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분명 생쥐가 들어온 것 거야. 아니다 창문을 열어두어 고양이가 저 비닐 속에 숨어든 걸 거야. 하늘이 더욱 낮게 내려앉아 음침하기까지 하는 퇴근길에 들판을 달리는 기분은 꺼림칙하고 기분 나쁜 비닐봉지의 뿌스럭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고 있었다. 혼자생각에

“차를 세우고 만져볼까? 아니다 무서워. 고양이가 왈칵 고개를 드밀면 무서워서 어째? 아니 쥐새끼가 내손가락을 물어버리면.”

 나는 운전을 하면서도 도저히 비닐봉지를 만져볼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중간치기, 가끔씩은 소재지에서 놀다가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날이 그런 날로 기억된다. 볼일을 보는 동안은 자동차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다시 운전하고 오면서야 맞다 아까 그 소리……. 반듯이 차를 달릴 때는 나지 않던 비닐봉지의 이상야릇한 빠스락 소리는 가끔씩 커브를 돌때마다 다시 나기 시작한 것이다. 저수지 아래에서 다리 교각을 돌면서도 차를 세우고 만져볼까? 하다가 무서운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아니야, 그냥 집에까지 참고 가자. 궁금증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생각이 들고 비닐을 만지면 고양이가 숨어 있다가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볼 것만 같은 섬뜩한 생각에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저수지위로 도로를 달릴 때는 십 수 년 전 겨울 눈보라가 치던 날 밤에 소재지에서 이십리 길을 걸어오면서 손전등을 들고 오다가 휘~이 둘러 공중에 불을 밝히고 보니 저수지 넓은 수면위에 몰아치던 매서운 눈보라가 생각나고 수년전에 죽은 조카의 얼굴이 떠오르고 죽은 조카의 시신을 뉘었던 그 장소를 지나 올 때는 나도 모르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달렸다.

  그렇게 소름 끼치는 빠스락 소리를 들으면서도 참자 참자 이제 집에 다 왔으니 무슨 해결책이 나오겠지. 집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까도 싶고 그렇게 마당으로 차를 주차 시켰다. 그러고는 또 아, 저기 비닐봉지를 다시 만져볼까?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무섭기만 하고 섬뜩해서

“아니다 내일 아침 밝은 날에 보면 알겠지, 고양이든 생쥐건 간에 무엇이 있겠지.” 자동차 문을 얼른 닫고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놀란 얼굴로 바라보던 남편 왜냐고 눈짓으로 묻고 있었다. 글쎄 이러저러 했다고 하니 내가 나가 열어볼까 했지만 나는 말렸다. 내일아침에 보면 알겠지…….

  미련하게도 나는 아침에 어젯밤에 일을 까맣게 잊고 다시 출근을 하기 위해 자동차 시동을 걸면서 차를 움직였더니 아, 어젯밤 그 소리! 세상에 그제야 나는 조수석 바닥을 바라보니 작은 물병이 거만하게 누워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런! 간밤에 나를 놀래고 섬뜩하게 만들고 고양인가 생쥐인가 별의별 생각을 다 했던 그 범인이, 빠스락 거리던 그 범인이 피트 병에 담긴 물병이었단 말인가?

“하이고 한심하다 겨우 물병이”

 어이없다. 피트 병이 굴러다니면서 비닐봉지 위로 바닥으로 밀려 굴러다닌 것을 귀신을 찾고 그 야단을 다 했단 말인가?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고 만다. 아침에 내차에 동승하는 젊은 청년이 타면서

“어 물병이 굴러 댕기네요?”

그래 그 물병 때문에 간밤에 집에 가면서 이러저러 했노라 예길 하면서 한참을  둘이 웃었다. 눈물이 나도록 어이없는 해괴망측한 상념에, 간밤 무섭던 일을 곱씹고 있었다.


<허리춤에 낀 쥐>


“세상에 어떻게 생쥐가 자기 혁대에 낀 걸 모르고 집에까지 왔단 말이우?”

“그게 글쎄 어쩐지 허리께가 조금 간질간질하기는 해도 뭐 그다지 운전하기가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아니 그러니까 생쥐가 허리에 왜 낀단 말이우? 말도 안 돼”

경천동지할 일이다. 어떻게 생쥐가 일을 하는 남편의 허리춤에 끼어서 그것도 바지와 혁대 사이에 끼어서 초죽음이 된단 말인가. 이 예기는 내가 간밤에 비닐봉지가 빠스락거렸던 범인은 피드 병에 든 물병이었다고 말하면서 어이없어 죽겠다 했더니 남편이 하는 말이다. 사실 나도 며칠 전에 기막힌 일을 당했는데…….

그래서 나온 말이다. 분명히 생쥐가 혁대와 바지사이에 끼여서 딱 졸라맸다가 샤워를 한다고 옷을 벗으면서 방바닥에 떨어진 것이 생쥐였다는 말이다.

왠지 무언가 허리춤에서 꼬무락거리는 건 느꼈지 긴 했는데 회사에서 집에 까지 오는 30여분동안 두어 번 허리춤에 손을 대고 긁었을 뿐 아무 이상도 없었다는 말이다.

“무슨 말이야? 왜 생쥐가 허리춤에 끼냐고?”

남편은 자기도 어이없었다면서 한참을 웃었고 나는 그 생쥐를 방에 떨어뜨렸으면 방에서 어디로 도망쳐서 숨었을 거 아니냐고? 그렇게 되었으면 분명 생쥐가 방에 잠복하고 있을 텐데 어쩌냐고 큰일 났다고 호들갑을 떠는 중이었다.

“아니 그게 허리춤 혁대사이에 꼈는디 어떻게 살아? 다 죽어있었지 그것도 몇 시간이 되었을 텐데.”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생쥐가 허리에 껴서 몇 시간이 되냐고”

우리는 어이없고 황당한 이야기를 나누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말도 아니여 말도 아녀”


남편은 건조시킨 생약 제를 다루는 일을 한다. 창고에는 당귀, 인삼, 헛개나무, 민들레, 많은 약재를 쌓아두고 약을 달여야 할 때는 창고에서 그것들을 손으로 일일이 담아서 저울에 몇 킬로씩 달아서 약을 달인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약제를 만지면서 거기에 생쥐가 있었던 모양으로 생쥐는 사람손이 느껴지니 아마도 도망을 간다는 것이 남편의 허리춤으로 기어들었던 모양이다. 거기다 몇 시간을 창고에서 일을 했는데 자기도 모르게 허리춤으로 끼인 생쥐를 혁대를 졸라매면서 생쥐는 오도 가도 못하고 허리춤에 끼인 신세가 되었다는 말이다.

“어이없다. 어이없어!”

결론으로 나는 그 생쥐를 방에서 놓쳤느냐 아니면 잡아서 버렸느냐로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소탕작전>

   열대야가 연일 계속되는 날이었지만 새벽녘에 찬기가 나면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방바닥에 전기장판을 깔아놓고는 모시 홑이불을 깔고 잔다. 올여름 들어 선풍기 돌리는 시간이 많아서 전기요금까지 전년에 비해 많이 나오는 편이다. 우리 집은 아이들 방을 아예 창고처럼 사용하고 있는데 그건 책 때문이다.

일 년에 두 번 발행하는 동인지를 조금은 보관하고 있는데 그것이 해가 갈수록 많아지니 자연 집안은 여기저기 책으로 쌓여 있고 소용되지 않은 잡동사니들은 창고로 내려 보내기 전까지는 아이들 방에 두고 굴리다가 성가시면 창고로 가져다 놓곤 한다.

 방에는 책묶음으로 장롱한쪽을 다 차지하고 전에 언젠가 쥐가 들어와 그 쥐를 잡는데 몇 달이 걸렸다. 벽돌을 사용해서 집을 지었기 때문에 쥐가 벽을 뚫는다는 건 있을 수 없고 주방 뒷문을 열어 놓아 뒤에서 들어오는 경우다. 쥐가 들어오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몇 년 전에 곤욕을 치러서 바깥문을 열어두면 나는 큰일 나는 것처럼 조심을 해왔는데. 얼마 전 다시 이놈들이 방에 침투하게 되었다. 어떻게 천장에 왕토사이를 조그만 구멍으로 천장에서 내려오는 쥐를 목격하게 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진드기를 놓고 좁쌀쥐약을 장롱 위에 여기저기 놓아서 이놈들이 오도 가도 못하게 하고 온 방안에 책묶음을 들어서 쥐를 소탕 하는데 며칠이 걸렸었다.

  말하자면 집을 짓고 두 번째 쥐 소탕작전을 벌인 결과였다. 그래서 안심을 했고 이제는 없겠지 했는데 며칠 전에 누가 책을 좀 보내달라고 전화가 와서 책을 챙기면서 느낌이 섬뜩했다. 쥐가 들어온 게 아닐까? 그건 작은 쥐똥이 몇 개가 보여서이다. 분명 지난번 소탕작전때 청소를 했기 때문에 설마 청소를 소홀히 해서인가 싶었고 하지만 없을 거야 로 나는 결론짓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엊그제 더워서 선풍기를 틀어놓았다가 늦게 잠들면서 선풍기 코드를 빼고 창문을 둘 다 열어둔채로 잠이 들었다. 남편은 티브이를 보면서 잠이 들어 소파에서 잠이 들었고. 섬뜩한 느낌이었다. 무언가 내 몸을 넘어서 기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은 새벽녘이었다. 나도 모르게 고함을 지르고 벌떡 일어나 주방 쪽으로 마구 기었다.

놀란 건 남편이다. 깜짝 놀라서 나를 붙들어 놓고 왜 그러냐고 했는데 나는 말이 안 나와서 손짓만 해보였다.

“뭐가 있어? 안 보이는데”

마당에 있는 가로등 불빛에 방안은 밝게 비쳐서 분명히 내가 잠들었던 방바닥 벼게옆에 무언가 검은 물체가 있었던 것이다. 남편이 나를 진정시키고 전등을 켜자 그 검은 물체는 쥐라는 것이 전등불 아래 그대로 드러났다. 쥐는 도망가지도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저런 쳐 죽일”

남편이 걸레를 집어 쥐를 잡으려하자 쥐는 소파 아래로 엉금엉긍 기어 들어가는 게 아닌가? 다행이 쥐는 생주를 벗어난 아주 작은놈으로 그 쥐가 만일 커다란 어미였더라면 얼마나 더 무서울까 싶어서 나는 옴짝달싹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

 우리는 그 밤에 다시 그놈을 잡는데 진력을 해서 곧 잡혔다. 그렇지만 나는 잠자리가 편 할리 없다 왜, 어떻게 쥐가 들어왔을까? 가급적이면 아이들 방문은 낮이나 밤이나 열어두지 않는 것은 혹시나 그 쥐가 거실로 들어오면 감당 못하기 때문이다.

 혹시 남편이 방문을 열어두면 쥐가 혹시 있으면 어떻하냐고 닫아놓곤 했는데 결국은 쥐 소탕작전은 세 번째 이루어졌다. 작은 쥐는 아마도 장롱위에 있던 좁쌀을 먹었던 모양이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걸보면. 그놈은 아이들 방에서 건너와 거실로 낮에 문이 열려 있을 때 잠입한듯했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천천히 내 몸을 넘어서 기어갔으니 얼마나 놀래겠는가? 아이고 남편이 허리춤에 생쥐가 꼈다고 어이없다고 놀려댔더니 내가 그 짝이 된 것이다. 우리부부는 참으로 어이없다고 웃으면서 홑이불을 세탁기에 던져 넣고 있었다. 멍청한 건지 무딘 건지 또 한 번 서로를 책망하며 그러게 방문은 누가 열어 두었느냐며 자다가 무슨 생뚱맞게도 생쥐 소탕작전으로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출처 : 임실문인협회
글쓴이 : 소원/김여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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