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천사 주지 정념스님(오른쪽)이 그간 사찰을 관리해온 법운스님과 인수인계 증서를 교환하고 있다. 위쪽으로 흥선대원군이 쓴 興天寺(흥천사)’ 편액이 보인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명찰이지만 통합종단조계종 출범 이후 50년간 방치돼 오던 흥천사가, 명실상부한 종단의 포교도량으로 거듭난다.

흥천사 주지 정념스님(조계종 종책특보단장)은 오늘(1021) 흥천사에서 그간 사찰을 관리하던 법운스님과 인수인계 절차를 밟고 사찰 운영권을 되찾았다. 종단 집행부는 흥천사를 서울 강북권의 포교거점사찰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 돈암동 삼각산 기슭에 자리한 흥천사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1395년 두 번째 부인이었던 신덕왕후 강 씨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원찰이다. 가까이 강 씨의 무덤인 정릉이 있다. 숭유억불 체제로 일관했던 조선시대에 한국불교의 명맥을 지키는 근거지로 번창했으나,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사세가 크게 위축됐다.

이후 불교정화운동 당시 통합종단에 가담한 대처승인 화동파스님들이 자리를 잡고, 일반인들까지 경내지를 점유해 민가를 형성하면서, 종단은 그 동안 실질적인 운영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특히 전 주지가 종단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토지 매각을 시도하면서 존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서울 돈암동 삼각산 기슭에 자리한 흥천사. 돈암2동 주민센터 바로 옆에 위치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지난 621일 종책특보단장 정념스님을 주지로 임명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평소 흥천사의 역사적 위상과 지리적 중요성을 높이 평가해온 제3교구본사 신흥사 조실 무산스님이 많은 도움을 줬다.

정념스님은 부임 직후 종무원 및 변호사들과 함께 현황 파악에 나섰다. 전 주지가 모 건설사와 맺은 토지매매 계약을 백지화하고, 사찰 토지를 점유한 22가구의 주민들을 설득해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 주지 취임 4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인 셈이다.

정념스님은 인수인계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어 “1962년 통합종단 출범 이후 50년 만에 흥천사가 명실상부하게 조계종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앞으로 대한불교조계종의 서울 강북권 포교와 사회활동의 중심도량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흥천사가 소유한 토지는 33000(1만 평) 이상으로 추산된다. 큰법당인 극락보전을 비롯해 조선 26대 왕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쓴 興天寺(흥천사) 편액이 걸려있는 대방, 고종이 복원한 지장전 등 다수의 전각이 보존돼 있다. 사찰림도 준수하고 절 바로 아래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어 포교입지도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정념스님은 흥천사를 교세 확장의 수단으로 삼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은 뒤 서울 시민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쉼터로 복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가 자신의 색깔을 너무 강하게 드러내지 않을 때 종교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드러난다며 흥천사의 청사진은 균형과 조화,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생태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주민들이 아침에 일어나 거닐고 싶은 도량으로 만들고 싶다는 게 스님의 궁극적인 원력이다.

   
기자회견에서 향후 사찰운영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정념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