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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야기

[스크랩] 임실의 먹거리 [김여화 선배님. 이제서야 독후감 써서 죄송합니다.]

by 운경소원 2015. 7. 9.

씨알이 굵다.

가뭄이 해갈되고도 남을 넉넉함이다.

 

장마철엔 손은 놀고 입은 동동거린다.

못하게 되는 일이 많다 보니  먹을거리만 찾게 된다.

유년시절 추억을 담은 음식들이 앞다투어 달려 온다.

 

다이어트에 돌입하여 식욕을 억제 중이다.

잘 참아 왔는데 장맛비  내리는 날엔 참기 힘들다.

부채질하는 책까지  펼쳐 놓으니 꼬로록꼬로록  뱃 속은 전쟁이다.

 

편지마을 선배님이 책을 보냈다.

임실에서 왕성한 문학 활동을 펼치는 열정우먼이다.

선배님은 팔방미인이다.

글이면 글. 음식이면 음식. 봉사면 봉사.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분이다.

 

행복의 언덕에서 김여화가 만드는'임실의 먹을거리'란

표지에도 음식 냄새가 배였다.

휘리릭 넘겨 보니 온통 군침을 돌게 한다.

음식과 추억과 문학의 아름다운 조화다.

 

 시골살이의 애환과 즐겨움이 고스란히 담긴 고향같은 책이다.

농사짓기의 고달픔이 쏙쏙 안긴다.

잠시 잊고 지내던 고향산천과 유년시절 먹을거리들이 쏟아진다.

 

 비가 동치미처럼 내리는 날엔 '장맛비와 장떡' 페이지를 편다.

문장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분이라 재미가 꽃등이다.

비 올때 부침개가 떠오르는 건 빗소리와 닮았기 때문이리라.

 

 비만 오면 부르는 노래가 있었다.

'비야 비야 오너라 콩 볶아 주꾸마'  말도 안 되는 노래를 불렀다.

비한테 콩을 먹일려고 했을까.   먹고 싶은 걸 아무 이유도 모르는

비를 통해 전했다.

 

그 노래를 들은 어머니는  속내를 알아차리셨다.

특히 식탐이 과했던 난 비한테 푸진 음식을 해 준다고 거짓말을 했다.

'비야 비야 오너라 수제비 끓여 주꾸마'

'비야 비야 오너라 빵떡 쪄 주꾸마'

 

어머니는 빵떡 달인이다.

치맛자락을 잡고 졸졸 따라 다니면 못 이긴 척 해 주셨다.

선배님은 장떡이, 난 빵떡이 애타게 그리운 장마철이다.

 

레시피와 사진까지 실었다.

책에다 입을 대고 먹고 싶은 충동이 봇물이다.

초보자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만큼 친절한 설명을 곁들었다.

실력자들에게만 주는 문예진흥기금으로 펴낸 책이다.

 

음식마다 애환과 추억과 사랑이 배여 있다.

느낀 점이 다복솔이다.

흘러 넘치는 감동을 다 적을 순 없음에 안타깝다.

 

어떤 먹을거리가 실렸는지 소개한다.

강냉이. 고추김치. 김여화표 피자. 냉이. 늙은 호박.다슬기.수수,엿.

와인.장다리무,장떡,죽순나물.짚재 콩나물.참죽나무.칡.황태. 배추.애호박.

음식 속의 사연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농사까지 직접 지어 음식을 만든다.

산 짐승들이 농작물을 뜯어 먹어 전쟁 중이다.

유년시절엔 허수아비가 서 있으면 순진한 짐승들이 도망가곤 했다.

요즘은   도망도 안 가고 쑥대밭을

만드니 얼마나 속이 상할까.

 

파종부터 수확까지 가슴은 숯이 된다.

하늘의 도움이 없으면 농사도 못 짓는다.

가뭄이 심하면 하늘만 바라보기 일쑤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농사를 짓다 보니 아무도 주고 싶지 않다.

그러다가도 타고난 인심으로 사방팔방 나누고 만다.

얻어 먹는 사람들은 그 노고를 잊으면 절대로 안 된다.

 

선배님은 직장인.문학인, 농부로 세 마리 토끼를 잡고 산다.

대추방망이도 '어메 기 죽어' 할 만큼 야문 분이다.

우리 편지마을의 터줏대감이자 후배들의 멘토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혼불문학관 이야기도 잔잔한 쓰나미다.

최명희 작가님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 온다.

결혼도 하지 않고 대하소설 혼불을 남기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완독하면서 우리말의 아름다운에 푹 빠졌다.

 

임실맛집 이야기 초대글도 맛깔스럽다.

수필가.시인들이 즐기는 음식과 사연을 소개하여 고갯방아 찧기 바쁘다.

읽는 내내 고여드는 침을 삼키느라 혼났다.

 

 필독서로 부엌 언저리에 두고 읽어도 좋을 책이다.

책도 읽고 음식도 배우고 사진도 보고 일석무한조다.

 

 

좋은 책으로 다이돌핀 섬에 가두어 주신  김여화 작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출처 : 편지마을/전국어머니 편지쓰기모임
글쓴이 : 바람꽃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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