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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음식 연구

장맛비와 장떡 (수필이 있는 레시피)

by 운경소원 2014. 7. 6.

수필이 있는 레시피

장맛비와 장떡

김여화

하늘이 낮게 내려앉고 간간히 빗소리는 쪼르륵거리다가 가끔은 세찬 바람으로 쏟아지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장마 진 여름날, 뉘 집에서인지 고소한 기름 냄새는 담 넘어 마당을 돌아 소리 없이 코끝에 스며들고 군침이 돌게 만드는 부침개 부치는 냄새, 맞다. 그때는 들기름 냄새가 고샅을 휘두르며 지나갔었다. 요즘에야 들기름을 쓰는 집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내어린시절의 여름 장마 때면 있어온 추억이다. 더러는 굴뚝 연기가 매캐한 것은 모처럼 엄마는 일손을 놓고 집안에서 식구들 헌옷가지 같은 것을 골라 부엌 아궁이에 태우고 짚시랑에 스며든 매캐한 연기를 없애려는 듯 부침개를 부쳐 고순 내를 피우셨던 것을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날마다 밭으로 일을 나가시던 어머니는 비 오는 날이나 되어야 집에서 장롱 속을 정리하고 청소도 하고 그러셨다. 감자라도 껍질 벗겨 쪄주시는 날은 세상에 부잣집 아이들 부럽지 않던 날이었다. 벌써 여러 날 째다. 어제는 아침부터 비가 내려 오도 가도 못하고 방에서만 뒹굴 거리다가 아침도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먹었다. 집에서 놀면서도 점심까지 챙겨먹고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도 늘어지게 자 보았다.

출근하면 시간이 잘 가는데 집에 있는 이 시간이 왜 이리 긴 건지 문득 장마 진 여름날의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 나도 서랍장을 뒤진다. 그동안 버리고 싶어도 차마 못 버리고 들여놓던 옷가지들을 서슴없이 내어놓는다. 오늘같이 비가 퍼붓다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그런 걸 챙겨 태우기도 딱 알맞은 날이다. 평상시는 아깝던 옷도 오늘 같은 음침한 날에는 부담 없이 쉽게 내버릴 수 있게 된다. 그러기에 장맛비는 제격이지 싶다.

이따금 밖을 내다보면 텃논에는 담배를 심어 빗물을 받아내던 치마같이 넓은 잎이 축축 늘어져 있다. 한바탕 빗물을 쏟고 난 하늘은 끈끈하게 끓이면서 남산을 안개로 휘감는다. 오늘은 그러기를 여러 번이다.

가만 앉아 있어도 덥다. 그러다가 창문을 열면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바람에 날려 방안으로 들어온다. 몸이 갑자기 서늘해짐을 느끼면서 얼른 방문을 닫고 다시 주저앉는다. 어릴 때 이런 여름에는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물이, 거름자리에서 나오는 벌건 물과 마당에 지도를 그리며 흘러가고 고무신을 신고 지푸라기로 동여맨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들깨모종을 하고 들에서 오시던 어머니셨다. 흙 범벅이 된 대야나 호미, 비닐을 온 몸에 칭칭 감고 철떡거리며 고무신을 끌고 오던 모습은 영락없이 상여 뒤에 울부짖으며 따라가던 상주 같았었다. 진날 갠날 없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문득 나는 어머니를 흉내 내고 있음을 느낀다.

장마가 지고 연일 들 일을 나가지 못하는 이런 때 어머니는 장떡을 해주시곤 했다.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잔 감자를 조리거나 찌거나, 거기에 장떡을 해서 특별메뉴를 올려주시던 추억이 있다. 고추장과 된장을 넣어 밀가루를 섞어 만들어 조리는 감자위에 얹어 쪄주시던 장떡. 요즘에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침처럼 해 먹지만 어릴 때는 감자조리는 솥에 작은 소쿠리를 얹어 장떡을 익히는걸 보았다. 장마 진 날은 밭일은 거의 못한다. 땅이 질척거려서이다. 비를 맞으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건 논에 피사리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논이 없었기에 비가내리면 집에서 쉴 수 있었다.

퇴근 이라고 할 수 없는 시간, 아무튼 손자놈 진단서를 떼어 보내야 하겠기에 점심후 전주로 나갔다가 빗속에서 연잎이 비워내던 장맛비가 생각났다. 동행을 찾다가 결국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어머니는 이 빗속에 무슨 연꽃이냐며 사양하셨지만 연잎이 빗물을 비워내는 모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람이 욕심을 비우는 일과 같아 보인다고 설득하여 연지 못으로 달린다. 어머니는 무척 즐거워하시며 가까이 살아도 이런 장관은 평생 처음이란다. 어머니는 올해 일흔 넷 되셨다.

이는 장맛비가 내게 준 선물이다. 몇 해 전 장마에 큰댁식구들과 같이 연꽃구경을 하고 난 후, 서 너 해 동안 연꽃을 볼 수 없었다. 물론 나처럼 빗속에 연꽃 구경을 나온 사람들이 더러 있기 때문에 내가 주책없어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덕진 연지 주변의 거리도 예전보다 깨끗하고 농촌의 집들도 예전처럼 구질구질하게 흙냄새와 비릿한 장맛비 냄새가 뒤섞이던 음울하던 냄새는 아니다. 요즈음 촌집도 시멘트 벽돌이나 불에 구운 적벽돌인지라 그다지 냄새가 고약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요새 장맛비는 어떤 선율까지도 느끼게 한다. 그 언젠가 처럼 장마 속에 부음을 받거나 넓은 들이 온통 붉덩물로 가득 차고 그런 장맛비를 맞으며 선산끝트머리로 오빠를 묻으러 가던 그 여름과는 다르다. 그만큼 세월이 흐른 탓인가? 장마만 오면 마음 둘 곳 없어 성성 거리던 내가 올 장마 속에서는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강산이 변할 만큼 세월이 흐르고나니 이제는 가물가물 그 기억마저도 떠오르지 않는 노화 탓인가. 가슴 미어지던 그 시절의 장마를 떠올려도 이젠 그저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이탓인가보다. 아니면 장맛비를 맞으며 들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농사를 짓지 않는 편안함 때문인가? 며칠씩 장맛비가 쏟아져도 어설프지 않기 때문이다. 잔 감자를 조릴 가마솥은 없지만 장떡을 만들 준비를 한다. 두 사람이 살면서 장떡을 먹는다 한들 얼마나 먹겠는가? 모처럼 재료를 준비하고 보니 너무 많다. 없어서 못 먹던 그 시절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경우다. 방안에서 앞개울에 붉덩물이 내려가는 것이 보여도 수해 입을 걱정이 없어 편안한 것인가?

옥수수기름의 고소한 냄새가 주방을 돌아 나온다. 예전 장맛비가 소리 없이 스며들던 초가의 처마 물 떨어지는 소리처럼 빗소리에 귀 기울이며 장떡의 맛을 즐긴다. 고추장과 된장이 갖고 있는 깊은 맛과 사각사각 씹히는 묵은 김치의 감칠맛은 장맛비속에서 환상적인 주념부리가 아닐까?

장떡만들기 재료

밀가루, 튀김가루 반반썩 섞으면 좋아요.

김장김치,고추장, 된장 파마늘, 부추,양파, 고추, 재료는 취향에 따라

달라져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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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잘게썰고 밀가루에 된장과 고추장을 적당양 넣고 약간 되직하게 반죽하여 팬에 지져낸다.

크게 만들어 썰어도 되고 작게 만들어 한입 크기로도 해도 좋다.

고추장 된장을 넣어 버무린 장떡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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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붉은 색이 나는건 고추장과 김치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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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하게 익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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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에 먹을수 있도록 만들어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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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 가즈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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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회관에 일곱장 부쳐서 노인들 가져다 드리구요. 우리것까지 20장을 부쳤네요.

회관에 가져가는건 그냥 부추하고, 감자, 들깻잎을 넣고 노릇노릇 부침게를 부치구요.장떡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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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구질구질 내리는데 밭에서 일하는 남편 샛참으로 두장 갖다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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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가 부침게 부쳐다 주니 그저 고맙고 행복하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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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땐 크게 부쳐서 이렇게 썰어 담으면 이쁘죠.

여름날 찬물에 밥 말고 이 장떡 하나면 다른반찬 없어도 됩니다.

만드는것은 대충 사진만 보아도 할수 있겠죠?

특히 위에 수필을 읽어본다면 누구나 쉽게 도전 할 수 있어요

김여화 사진이미지 김여화 기자(yehwa21@invil.org)/게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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