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 누가 막으랴...
상월리 백중술멕이
세월을 어찌 막으랴?
불교에서는 백중날을 음력 칠월 보름으로 승려들이 재(齊)를
설(設)하여 부처를 공양하는 날로, 큰 명절을 삼았다.
불교가 융성했던 신라나 고려 때에는 백중날 일반인까지 참석하여
우란분회를 열고 조선 시대 이후로 사찰에서만 행하여졌다고 한다
근래 민간에서는 여러 과실과 음식을 마련하여 먹고 노는 날로
정하여 그동안 농사지으며 서로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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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날 민속놀이. 농신제, 작두말타기, 춤판,
뒷놀이로 구성되어 있다고 들었다.
어쨌거나 백중날은 마을사람들이 농사 다 지어놓고
머슴들에게 한상 차려 거하게 베푸는 날이라고도 한다.
35년전 시집왔던 나는 백중날에 마을 회관에서
음식을 장만해도 새댁이라 갈 수가 없었다.
형님이 나가 만든 음식을 조금 얻어다주는 걸로 끝이다.
나는 왜 시집살이를 했을까?
돌아보니 아득한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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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상월리 사람들은 회관에서,
정자에 앉아 돼지를 잡고 거나하게 취하는 날이다.
상월리로 시집와 35년 사는 동안 예전에는 참으로 쉬고 싶었던 날이었다.
오늘 백중날엔 마을 술멕이하는데 나가 사진을 찍자 했더니
옛날에 곱던 형님들이 아니고 모두 칠순이 넘은 노인들이다.
어느 여름날이라도 한가로운 정자 아래
괴목나무는 35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만그만 하다.
에얌? 기분 좋다! 모처럼 모정에 나온 황씨 아저씨.
마을의 젊은 댁들은 주방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30대 40대는 이 두 사람뿐...
가운데 흰티 입은 박종임씨가 예순세살. 그래도 젊은 축에 속한다
마을 회관 지을 때 주방좀 크게 했더라면... 아쉬움 ...
이렇게 여러사람이 덤성거릴 때는 주방이 좁기만 하다.
적어도 여기 앉아서 차려준 음식을 드시는 분들은 칠십 이상 되신분들이다.
내가 시집왔던 35년전에는 이분들이 새댁인 우리들을 시집살이 많이 시켰다.
모여있으면 모여있다고 꾸지람, 시끄럽다고 꾸지람.
헤헤헤 돌아보니...
최고령 어른 황 할머니, 이분은 95세이시다.
순대를 썰고 봉사하는 분은 항상 마을에 궂은 일은 도맡아 한다.
이만하면 좋을시고!!
모처럼 백중 날이라고 쉬러 나오신 황씨 아저씨 사진 찍는다고 하니까
젤 좋아하신다. 웬일이시래요?
엊그제 같은데 벌써 35년이 흘렀다.
내가 시집왔던 그때는 백중날이면 이 분들이 모두 음식장만을 하셨다.
이 형님들 우리 젊은 댁들 군기를 엄청 잡으셨는데.
이젠 주는대로 드시기만 할 뿐..
손님도 오시고 고기를 직접 숯불에 구워서 대접 하는 중.
기술센타 소장님도 오시고 농협에서도, 면사무소에서도 오셨다.
여러판으로 갈라서 고기를 도마에서 썰어주는 팀.
고기를 굽는데도 아짐씨 손은 필요해요.
마을에서 제일 젊은 댁 40대 초반 이숙경씨.
이도 저도 못끼고 앉아계신 분 마루에 앉아 가져다주는
음식을 말없이 드시기만 하고...
안쓰럽다 예전에는 큰소리 치시던 분인데.
늙고 병들면 처량한 신세가 된다더니 ...
세월은 그렇게 가고 있다.
또 한해가 간다.
35년 전에는 마을에 73호가 살았다. 지금은 26호로 줄었고
그것도 한집에 혼자거나 둘이거나 50여명에 불과 하다.
저 형님들이 젊은 날에는 우리 또래의 새댁들이 열명도
넘었는데 이제는 젊은 댁은 두 명뿐이다.
어느새 나 역시 세월을 먹고 중년에 이르렀으니 조선시대부터 해왔던
백중 술멕이 아니, 신라 때부터 내려왔다는 전설같은 이 풍습은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갈 것이다.
흐르는음악/ 옛 동산에 올라
김여화기자 (yehwa21@invil.org) / 기자주소 http://reporter.news.invil.org/yehwa21
나이 쉰일곱 어느새 그렇게나 많이 묵었다냐?? 하지만 쉼없이 평생 학습을 통해 열공중.제6회 평생학습대상 우수상을 지난해 받았답니다. 우리 위원장님이 젤 자랑스럽게 홍보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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